【컨슈머저널 취재본부/안홍필 기자】 “수술은 서울에서 받았지만, 재활 힘들게 서울로 다닐 수는 없잖아요.”
수술이 끝나면 치료도 끝난 것일까. 의료현장에서는 오히려 수술 이후의 회복 과정이 환자의 일상 복귀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간으로 꼽힌다. 하지만 연천군처럼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수술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것뿐 아니라, 수술 후 재활을 위해 다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특히, 무릎·허리·어깨 등 근골격계 수술을 받은 고령의 환자에게 반복적인 장거리 이동은 또 하나의 치료 부담이다. 걷는 것 자체가 힘든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매번 먼 거리를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의 의료 현실에 주목한 곳이 연천군보건의료원이다. 보건의료원이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우리동네 재활파트너’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사업의 방향은 명확했다.
“수술은 도시에서, 재활은 연천에서”
대형병원에서 전문적인 수술을 받고 지역으로 돌아온 환자들이 더 이상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힘들게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자신이 생활하는 지역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 수술이 끝난 뒤 시작되는 또 하나의 치료
근골격계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은 회복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수술 부위의 통증과 부종을 관리하고, 굳어진 관절의 움직임을 회복하며, 약해진 근력을 다시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걷는 방법을 다시 익히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동작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재활 과정이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연천군민이 수술을 위해 서울이나 의정부 등 타지역 대형병원을 이용할 경우 퇴원 후에도 해당 병원을 다시 방문하거나 별도의 재활기관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가 젊고 이동이 자유롭다면 감당할 수 있는 거리일 수 있다. 하지만 수술 직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 장거리 이동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교통비와 시간은 물론이고, 보호자가 함께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가족의 부담까지 커진다.
결국 재활치료가 필요함에도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횟수를 줄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재활치료의 필요성과 실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사이에 지역적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 “치료를 받으러 떠났다가, 회복하러 다시 돌아오는 지역”
연천군보건의료원이 제시한 해법은 지역 안에서 ‘회복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동네 파트너’는 타지역에서 근골격계 수술을 받은 주민이 퇴원한 뒤 연천으로 돌아와 보건의료원에서 재활치료와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공형 재활의료서비스다.
이는 단순히 물리치료실을 운영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동안 지역주민이 의료서비스를 찾아 지역 밖으로 이동해야 했다면, 우리동네 재활파트너는 수술 이후의 회복 과정만큼은 지역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치료받기 위해 지역을 떠나는 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회복하기 위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의료’라는 새로운 공공의료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 천장형 워킹레일부터 CPM까지… 재활의 질 높인다
우리동네 재활파트너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단순한 운동 프로그램을 넘어 다양한 재활장비를 활용해 환자의 기능 회복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물리치료실에는 천장형 워킹레일과 연결된 수트형 장비를 활용한 보행훈련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보행이 불안정하거나 낙상 위험이 있는 환자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걷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다.
또한, 평행봉 운동기와 거울을 활용해 환자가 자신의 자세와 움직임을 직접 확인하면서 균형과 보행 자세를 교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무릎 수술 환자에게 필요한 장비도 갖췄다. 무릎관절 전동 운동치료기(CPM)는 수술 후 움직임이 제한된 무릎관절을 반복적으로 굽히고 펴는 운동을 지원한다. 관절의 움직임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활장비다.
여기에 상·하지 근력 강화와 관절 운동을 위한 운동기와 자전거 운동기를 비롯해 간섭파치료기, 극초단파치료기, 견인치료기, 체외충격파치료기 등 다양한 물리치료 장비도 구비하고 있다.
즉, 수술 후 통증 관리부터 관절의 움직임 회복, 근력 강화, 보행훈련까지 이어지는 재활 환경을 지역 안에서 구축한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장비’보다 ‘지속성’
하지만 재활의 성패를 장비의 종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재활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와 함께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재활 프로그램이 있어도 환자가 이동하기 어렵다면 지속적인 참여가 쉽지 않다. 반대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재활치료 환경이 마련돼 있다면 치료를 생활의 일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우리동네 재활파트너는 연천군의 지역적 특성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주민이 치료를 받기 위해 멀리 이동하는 대신, 지역에서 치료받고 지역에서 회복하며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 의료취약지역에서 공공의료가 해야 할 일
연천군은 지리적 특성상 대도시와 같은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렇다고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민간 의료기관이 수익성과 운영 여건에 따라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 영역을 공공의료가 보완하고, 지역주민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공공의료의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우리동네 재활파트너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 하나가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도시와 지역 사이에 존재하는 의료 접근성의 차이를 줄이고, 수술 이후 발생하는 재활의료 공백을 지역 공공의료가 메우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수술 성공’ 이후에도 누군가는 환자를 기다려야 한다
수술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수술 이후 환자가 다시 걷고, 움직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특히, 고령의 환자에게 재활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혼자 걸을 수 있는지, 계단을 오를 수 있는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지, 다시 집안일을 할 수 있는지 등 일상생활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재활의 결과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지역 공공의료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
연천군보건의료원이 우리동네 재활파트너를 통해 던지는 답은 ‘치료 이후까지’다. 수술을 받은 주민이 지역으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다시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과정까지 지역 공공의료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 ‘우리동네 재활파트너’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
사업명인 ‘우리동네 재활파트너’에는 사업의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환자가 아플 때만 찾아가는 의료기관이 아니라, 주민의 회복 과정에 함께하는 가까운 의료기관이 되겠다는 의미다.
특히, 재활치료는 짧은 기간의 집중 치료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지역에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가까운 '재활파트너'가 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 멀리 있는 대형병원이 수술이라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담당한다면,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은 수술 이후의 회복을 생활권 안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시와 지역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나누는 의료체계다.
■ “연천에서 다시 일상으로”
우리동네 재활파트너 사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재활치료 자체가 아니다. 환자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가족에게로,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다.
수술을 위해 잠시 지역을 떠났던 주민이 치료를 마치고 연천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에서 다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과정에서 가족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주민이 익숙한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역 공공의료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역할 가운데 하나다.
유인순 의료지원과장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서 치료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라며 “수술 후 적절한 재활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기능 회복과 일상 복귀에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동네 재활파트너는 타지역에서 수술받은 주민들이 연천으로 돌아와 가까운 곳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라며 “지역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역의 의료 공백을 줄이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연천군보건의료원의 ‘우리동네 재활파트너’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수술을 받을 병원이 없어서 지역을 떠나야 한다면, 회복까지 지역을 떠나야 하는가?”
대답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전문적인 수술은 도시의 대형병원에서 받고, 수술 이후의 재활과 회복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 받을 수 있다면 주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생활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역 공공의료의 역할이다.
"수술은 도시에서. 회복은 연천에서
그리고 다시 일상은 우리동네에서"
연천군보건의료원의 ‘우리동네 재활파트너’가 단순한 재활 프로그램을 넘어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고 주민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연천형 공공재활 의료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선 군민 모두가 관심과 협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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