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17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지방의원은 주민 의사와 행정수요를 반영해 조례를 만들고 의회 심의를 통과한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사업과 예산 편성의 근거가 된다. 즉, 조례는 지방자치의 ‘첫 단추’와 같다.
그러나 짧은 지방자치의 역사, 행정사무 권한이 상당 부분 중앙정부에 예속된 한계 속에서 조례는 우리가 흔히 아는 법률에 비해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전히 조례가 왜 필요한지 묻는 사람들도 있다. 지방자치, 풀뿌리 민주주의가 선거 때나 주목받고 여전히 중앙집권적 행정체계가 익숙한 상황에서, 자치입법권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방자치의 원리는 ‘보충성’에 있다고 한다. 조례도 마찬가지다. 보편적인 국가 질서를 추구하는 법령에 지역의 이해관계를 온전히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 입법 과정에 각계각층의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는 곧 필연적으로 자치입법권, 즉 조례의 필요성과 결부된다.
한 가지 예로, 저출생·고령사회 대응 과정을 살펴보자. 국회와 정부는 법률 제·개정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인구정책을 수립한다. 그러나 인구 100만의 특례시와 군(郡) 단위 지자체의 인구정책이 같을 수 없음에도, 법률은 지역의 요구를 일일이 반영하지 못한다. 즉, 정책의 사각지대가 불가피하다. 이런 경우, 조례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 입안을 가능하게 해준다. 즉, 조례는 국가의 인구정책을 ‘보충’할 뿐 아니라, 지역의 민의(民意)를 담는 그릇이 된다.
이처럼 지역 입장에서, (국회에서 의결하는) 법률보다 (자치법규인) 조례가 더 가까울 수 있다. 잘 만든 조례는 주민의 일상과 권익에 직결되는 만큼, 직접적으로 지역의 삶을 개선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조례의 중요성을 시민께 알리고 입법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는데 본 기고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포천시에는 총 496개의 조례가 있다(`24.12.30. 기준). 집행부는 조례에 따라 시정을 운영하고 조례에 근거한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속성을 띠고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하지만, 조례가 정하고 있는 행정의 역할을 방기(放棄)함으로써 조문 일부, 심지어 조문 전체가 무력화되는 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경우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조례는 실체 없는 허상만 남게 된다. 최근 시의회 정례회에서 적발된 집행부의 ▲위법한 기금운용과 ▲절차를 무시한 행정사무의 공공 위탁 등이 조례를 무력화한 단적인 경우다.
이처럼 조례가 입맛에 따라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공수표(空手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례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행정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의회는 집행부가 현장 일선에서 조례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는지 부단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조례가 현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합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오랜 기간 방치되거나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조례에서 흔히 있는 문제다. 지난 행정사무감사 후속 조치 일환인 ▲「어르신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유명무실한 어르신 주차표지 폐지)과 ▲「입영지원금 지급 조례」 개정(지원금 지급 절차 실효성 개선) 등은 방치된 조례를 현실에 맞게 정비한 대표적인 사례다.
향후, 사회변동이 가속화될수록 정책의 합법성과 실효성 개선을 위한 자치법규 정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조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을 시민께 올바로 전달하기 위한 입법 활동에 주민의 대표기관인 우리 의회가 보다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 물론, 입법 권한이 있는 집행부도 마찬가지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자치분권 시대,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이 커질수록 시민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오랜 글귀처럼, 우리 의회는 현명하신 포천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으로 답해야 한다.
특히, 국가적인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를 맞아, 제6대 포천시의회에서 심의·의결할 조례가 포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지역발전의 좋은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 조례를 만드는 지방의원으로서 본분에 충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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