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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라 이혜령, “해바라기, 희망을 품다”

  • 안홍필 기자
  • 입력 2025.08.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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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저널/취재본부 안홍필 기자】 나는 해바라기를 바라볼 때마다 내 삶의 궤적을 다시 더듬게 된다. 어린 시절만 해도 세상은 환했었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 굳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매일이 밝았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그 빛을 오래 두지 않았다. 행복이 지나간 자리에 고통이 남았고, 그 상처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찾아와 나를 무너뜨리곤 했다.


문학은 내게 첫 번째 구원의 길이었다. 1992년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수필과 동화까지 글의 세계에서 나는 끊임없이 언어를 갈고 닦았다. 『파란 나비의 꿈』, 『난 돼지가 아니야』 같은 책들은 내 영혼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삶은 그조차 버거울 만큼 무겁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벗, 프랑스 화가 쥘레 게시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 마음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한동안 나는 세상을 버겁게만 느꼈고, 희망을 구할 언어조차 잃어버렸다.


그때 어머니가 내게 말씀하셨다.

 

“해바라기를 그려라.”

 

짧은 한마디였으나, 그 말은 신의 계시처럼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나는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앉았다. 처음엔 떨리는 손길로 꽃잎을 그려 넣었고, 이내 물감을 겹겹이 올려 해바라기의 질감을 살려갔다. 시간이 흐르며 내 손끝에서는 점점 생명력이 깃든 해바라기가 피어났다. 나는 그림 위에 내가 소중히 모아온 보석과 원석들을 붙였다. 자수정, 토파즈, 청금석, 진주… 빛나는 돌들을 해바라기 위에 얹자 마치 영원히 지지 않는 태양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곧 내 고통을 덜어내는 시간이 되었고,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는 순간이 되었다. 문학이 내게 첫 구원이었다면, 그림은 내게 두 번째 생명을 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붓을 들 때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한 점 한 점이 내 삶의 회복이고, 다른 이들에게 전할 작은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제 천 점의 해바라기를 그리고자 한다. 단순히 많은 그림을 남기겠다는 뜻이 아니다. 천 번의 해바라기마다 천 번의 기도가 담기고, 천 번의 희망이 새겨지기를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연천 장남면 고구려성에서 매해 열리는 ‘통일바라기 축제’는 나의 해바라기와도 깊이 닮아 있다. 해마다 만발하는 해바라기꽃은 남북이 하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태양을 향해 선다. 분단의 어둠을 넘어 언젠가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소망이 꽃잎마다 담겨 있다. 나는 그곳에서 피어난 해바라기를 보며 내 그림이 지닌 의미를 다시 확인한다. 나의 해바라기는 개인의 구원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곧 이 땅의 평화를 향한 염원이며, 분단의 아픔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전할 기약 없는 약속이다.


얼마 전 내 작품이 드라마에 협찬되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화면 속의 화려함이 아니다. 누군가 우연히 내 그림을 보고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겠다”는 작은 용기를 얻는 일, 그것이야말로 내가 평생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다.


해바라기는 태양을 향해 곧게 선다. 나는 오늘도 붓을 들며 다짐한다. 꺾이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내 삶 또한 희망을 잃지 않으리라. 그리고 언젠가 연천의 해바라기 들판 위에서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웃을 그날을 기다린다. 그때 비로소 나의 해바라기는 통일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한편, 작가 사라 이혜령은 화가, 시인, 동화작가, 전시 디렉터, 프랑스 화가 고 쥘레 게시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1년 올해를 빛낸 한국인 대상, 2023년 아시아 MASTER 명인전 우수상, 2024 MBC 드라마 ‘원더풀 월드’ 5회 해바라기 작품 방영, 2024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2,3회 해바라기 작품 방영 등 수많은 수상 이력을 바탕으로 시인과 작가로써의 영향력을 변함없이 펼쳐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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